기형도
기형도 #
어제가 시인의 20주기였다. 가만히 그의 시를 읽어 보았다. 짐작대로였다. 그의 시는 죽어 있었다. 정확하게는 시가 죽은 것이 아니라, 나의 중세(中世)가 닫힌 것이다. 이제 나는 그를 추억할 뿐, 그를 누리지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사랑도, 증오도, 혐오도 더 이상 미친 듯이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칠흙같은 중세가 종종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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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20주기에 정대표님이 다녀오셨다. 그는 기형도와 신문사 입사동기이자 친구였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이유만으로 정치부에 배정된 그는, 그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문화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극장에서 발견되었다. 그렇게 쓸쓸하게 떠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게 되었다. 추모행사에 다녀온 정대표님의 글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음이 이상하다. 한쪽에는 여전히 에 띤 기형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제는 중년이 된 대표님이 나란히 앉아있다. 당신들은 같은 곳을 묘하게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이제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그리고 나는 그의 친구를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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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신화의 죽음을 애도한다. 동시에, 안도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비틀즈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잊는걸까? 시인의 친구와 시인의 가족들에 대한 이 미묘한 감정은 멀까? 소름 돋는다.


       + '20주기' 기형도 시인 묘소엘 다녀와서...
       + 기형도를 추억하다
       + 죽은 시인의 사회



2009/03/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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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책이야기 2009/06/09 23:21 x
제목 : 기형도 산문집(짧은 여행의 기록) -기형도
<내가 기형도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던 건. 그가 떠난지 한참이 지난 다음이었다. 내가 가진 그의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의 표지 뒷 장에 써놓은 낙서가 <1998.3월>인 것을 보면 기껏해야 그 ...
Tracked from manuscript 2009/06/10 12:21 x
제목 : 잠이 오지 않는 밤, 기형도를 추억함
어느덧 나는 기형도가 살아낸 것보다 두 해를 더 살고 있다. 단순한 논리로 생각해 본다면 나는 어느새 그보다 훌쩍 커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기형도'라는 이름에서 전해오는 차갑고 낯선 설레임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은 순수한 설레임이라기 보다 맨 처음 그의 시집으로부터 나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했을 때 느끼게 되는 두려움의 일종일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여기에 몇자 적는다. '기형도 전집', 문학과지성사, 1999. 기형도 그러니까 내..
wldus 2009/03/24 01:24 L R X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오는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기형도가 생각나는 날이 있어요.

그날도 "그래, 내 느낌이 맞을지도 몰라" 하면서
계단을 디뎠던 것이 생각나요.

그는 그렇게 죽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 같다는
느낌.

그냥 그런 느낌.
egoing 2009/03/24 11:59 L X
지하철이라. 참 많은 죽음이 이루어지는 곳이죠. 제가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였어요. 시간이 붕떠서 플랫폼에 가만히 앉아 있었죠. 사람들이 밀물처럼 쓸려왔다, 썰물 처럼 빠져나갔어요. 그 적막감을 견디지 못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가장 참호한 죽음을 택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지하철과 죽음에 대해서 말씀하시니까 이런 생각이 드내요.
개구리 2009/06/13 17:58 L R X
전엔 혼자 영화보러 밤에 자주 가곤 했었는데, 기형도를 알게 된후론 그만 두었습니다. 그건 제 이야기고, 기형도는 참 좋은 시인입니다.
egoing 2009/06/14 01:55 L X
내면의 치열함으로 기억될 사람인 것 같습니다. 죽어서도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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