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 어제가 시인의 20주기였다. 가만히 그의 시를 읽어 보았다. 짐작대로였다. 그의 시는 죽어 있었다. 정확하게는 시가 죽은 것이 아니라, 나의 중세(中世)가 닫힌 것이다. 이제 나는 그를 추억할 뿐, 그를 누리지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사랑도, 증오도, 혐오도 더 이상 미친 듯이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칠흙같은 중세가 종종 그립다. # 시인의 20주기에 정대표님이 다녀오셨다. 그는 기형도와 신문사 입사동기이자 친구였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이유만으로 정치부에 배정된 그는, 그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문화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극장에서 발견되었다. 그렇게 쓸쓸하게 떠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게 되었다. 추모행사에 다녀온 정대표님의 글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음이 이상하다. 한쪽에는 여전히 에 띤 기형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제는 중년이 된 대표님이 나란히 앉아있다. 당신들은 같은 곳을 묘하게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이제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그리고 나는 그의 친구를 모시고 있다.
# 대중은 신화의 죽음을 애도한다. 동시에, 안도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비틀즈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잊는걸까? 시인의 친구와 시인의 가족들에 대한 이 미묘한 감정은 멀까? 소름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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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0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