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과 미의식 그리고 캐쉬 습관과 미의식은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비슷하다. 습관이란 반복되는 행동을 무의식에 기억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의식을 거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재미있는 것이 컴퓨터에도 습관에 비견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캐쉬(Cache)라고 하는 기술이다. 예를들어, 웹페이지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를 꺼내온 후, 이를 가공한 다음에, 디자인을 입혀서 화면에 뿌려줘야 한다. 이 과정이 길고 복잡할수록 비용이 많이든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캐쉬다. 일일이 값비싼 연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연산의 결과를 통째로 저장한다. 이렇게 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만약 습관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출근준비만으로도 종일이 걸릴 것이다.
습관이 행동에 대한 캐쉬라면, 미의식은 인식에 대한 캐쉬다. 미의식은 사물을 아름답거나, 추하게 인식하는 방법인데, 어째서 미의식과 습관이 비슷한 걸까? 우리는 매순간 순간 대상을 평가한다.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이로운지 해로운지. 이러한 과정이 인식인데, 이러한 의식적인 인식이 반복되면, 가치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으로, 해로운 것은 추한 것으로 무의식에 저장된다. 만약 미의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대상에 대한 가치를 일일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습관이나 미의식이나 복잡한 의식의 결과를 무의식 속에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이것은 매우 효율적이지만 부작용도 있다. 나는 근 20년 째 손톱을 깨무는 습관이 있다. 생각해보면 안하면 된다. 그런데 오만 수를 다 써 봤지만, 그게 안된다. 미의식도 마찬가지다. 아름답지만 인간성은 자갈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것은 왜 그럴까? 또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는 것은 왜 그럴까? 일단 미의식이 형성되서 어떤 식별자가 아름다운 것이 되면, 아름다운 것 자체가 가치가 된다. 가치는 다시 아름다운 것이 된다. 처음엔 가치가 아름다움을 만들지만, 나중엔 아름다움이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이건 좀 심각한 버그다.
컴퓨터의 캐쉬도 습관이나 미의식과 같은 문제를 공유한다. 저장된 연산 결과는 새로운 조건 하에서 갱신되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는 문제다. 이를테면 브라우저도 캐쉬를 한다. 아무래도 웹페이지를 표시할 때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우저는 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임시저장 폴더라는 곳에 저장했다가, 방문했던 페이지에 다시 접근하면, 미리 저장된 파일을 불러온다. 문제는 사이트의 내용이 바꿨는데도. 브라우저는 예전과 같은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거 참 난감한 경우인데, 이런 경우를 위해서 브라우저에는 캐쉬를 삭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가장 쉬운 것이 Ctrl+F5를 누르는 것이다. 습관과 미의식도 Ctrl+F5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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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지배하는 힘 +
미의식 +
지배 2009/03/29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