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되세김질이다. 독서는 [되새김질]이다. 나는 독서를 즐기지 않는다. 내가 독서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독서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걸 다른 말로는 난독증이라고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좀 모자라다. 그래서 읽은 책을 보고 또 본다. 입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일단 어렵게 섭취한 정보는 까질 때까지 되새김질을 반복한다. 이렇게 가공된 정보는 때로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독선적이라거나, 일반화가 심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저질 독해력은 스스로 생각할 공간을 제공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위험도 동시에 앉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내가 가진 자산이면서, 풀어야 할 숙제다. 근 2년간은 특히 독서가 줄었다. 정확하게는 남의 글에 대한 독서가 줄었다. 반대로 내 글에 대한 독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노자처럼 일필휘지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나의 글이 완성되려면 최소 5시간에, 이틀이 소요된다. 대개는 비공개 상태로 버려진다. 로그인 세션 안의 글 목록은 마치 오래된 냉장고와 같다. 간신히 공개된 글은 다시 20~30번 이상 읽혀진다. 한편으로는 완성된 모습이 신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엉성한 부분이 자꾸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자뻑과 자괴를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거의 탈진상태에 다다라서야 다음 글로 넘어간다. (요즘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ㅎㅎ) 그래서 나에게 독서란 타인과 자신에 대한 되새김질이다. 근래에 가장 인상 깊었던 독서는 '에리히 프롬'이었다. '소유냐 존재냐',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인간의 마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졌다. 그가 말했다. 풍요롭게 소유하는 것보다, 풍부하게 존재하라고. 이런 통찰력은 독서가 아니었다면 언감생심.
2009/06/16 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