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는 것들 스마트 폰을 샀다. 이제 맘졸이며 (무선인터넷 신호인)AP를 엥벌이 하지 않아도 되고, 각종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화장실 갈 때 주섬주섬 노트북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 덩달아 삶의 격조도 올라갔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얻을 것 따위야 호들갑 떨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될 것이고, 내가 아니라도 테크놀로지가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멋지게 분석해 줄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그래서 난 서둘러서 무엇을 잃어버릴 것인가를 기록한다. 익숙함은 모든 것을 삼켜버리니까.
이를테면 나에게는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고, 머리로 가만가만 생각하는 여유도 있었으면 좋겠다. 또 진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난 일이고, 온라인과 단절된 체 연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오랜만에 접속해서 블로그나 트윗터의 댓글을 확인하는 설래임은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즐거움이다. 거리까지 확장된 선곡 리스트는 제 아무리 명곡이라고 해도 식상한 것으로 쳐박아 버릴 것이 분명하고, 이어폰 바깥쪽으로 빠져나간 음악은 소음이 되어 누군가의 신경을 녹초로 만들지도 모른다.
스마트 폰이 이런 저런 진보를 가져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진보도 모든 방면에서의 진보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비교우위의 진보일 뿐이다. 진보는 퇴보와 동행한다.
2009/12/02 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