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파티플래너로서 첫 데뷔를 마쳤다. 이번 파티의 메인 컨셉은 식순을 줄이고, 참여자들끼리 서로를 즐기는 '그냥 내비둬'였다. 유일한 프로그램이 자기소개였는데, 이 시간조차도 아끼기 위해서 10초로 제한했고, 불필요한 추임새 때문에 시간이 낭비될까 봐 이런 말도 했다. '진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앞으로 참신해질 시간이 3시간이나 남았고, 3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파티가 이렇게 날림이냐며 쿠사리를 주면서도 즐거워했다. 나는 절차지향적인 잔치가 아니라, 객체지향적인 파티를 기획한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 진행에 자신이 없기도 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날은 우리 모두가 파티플래너면서 호스트였다. 나는 단지 파티를 제안하고, 공헌자와 스폰서를 모집하고, 파티의 시작을 알렸을 뿐이다. 놀라운 것은 진행이 억제되자, 참석자들이 자체적으로 이벤트를 만들어서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끝나기 한 시간 전에 찍사인 s군이 단체사진을 제안했고, 기념촬영이 끝나자 누군가 여자들끼리 찍자고 그랬다. 그 때부터 카테고리 게임이 시작 되었다. 남자와 여자, 개발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애매한 직군들, 우리회사가 배출한 CEO들, 기혼자와 미혼자, 솔로와 커플 등등등. 내 생전 기념촬영이 40분 넘게 걸리는 경우는 살다 살다 처음이었다. 진행의 결핍이 구성원들의 참여로 풍부해지고 있었다. 행복했던 한 때가 지나가고 있었다. 2010/02/11 2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