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노부부는 우리 집 건너편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고, 개를 키운다. 그곳엔 넓은 대청마루가 있어서 저녁이면 친구들을 초대해서 삼겹살
파티를 한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는 이런 소박한 삶조차도 거금이 필요하다. 노부부는 100억에
육박하는 그 건물의 소유자다. 서울에서는 큰 개를 키우거나,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가 거액을 가지고 있거나, 최소한 포괄적인 상속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것은 이상한 것이다. 시골까지 갈 것도 없이, 내가 자란 청주에서도 이러한 정황은 아무것도 암시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그가 개를 좋아한다거나, 아파트의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할 뿐이다. 도시, 그
중에도 서울이라는 이 초거대 인프라는 유저들에게 거의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 위에서의 삶이란 가진 자건 못 가진 자건
이렇듯 빈곤하고 초라한 것이다. 처음엔 사람을 위해서 구축된 인프라였다. 이제는 인프라를 위해서 사람이 구축된다. 우리는 구축되고 있다. 2011/11/22 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