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추억한다 나의 그녀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애니콜 B500 울트라 에디션 J. 전지현을 닮았다.
그 녀는 당시 최고의 스팩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론 시세도 만만치 않았다. 72만원! 샀냐고? 당연히 아니다.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로 받았다. 아 지금도 아찔한 추억조차 하기 싫은 일이 벌어졌다. 금요일에 택배를 받기로 했는데 착오로 다음 주에나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주말이 빨리가기를 이렇게 간절히 원한 적이 있었을까? 금요일에서 월요일 사이에 게으르게 퍼져있는 주말을 닥달하면서, 그녀를 안내하며 나타날 월요일을 애타게 기다렸다. 주말내내 일면식도 없는 그녀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녀를 만나면 헌신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 이후로 나의 모든 신경은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동전은 그녀의 얼굴에 기스를 내지 않기위해 다른쪽 주머니에 철저하게 격리되었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오지도 않은 문자를 확인하는 퍼포먼스로 그녀를 자랑했다. 그녀는 나의 자랑스런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수개월 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부주의로 그녀의 손을 놓치면서 떨어트린 것이다. 그녀의 가녀린 몸이 지면에 닿기 직전 액정 위에서 번쩍이던 June의 로고가 공포와 원망이 뒤섞인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나 그 느낌이 강렬했던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데 그녀의 가녀린 육체는 생각보다 강인했다. 역시 삼성출신인가? 안도와 함께 나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사고로 생긴 기스가 자꾸만 크게 보이는 것 아닌가?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나의 헌신은 점점 소극적으로 변했고, 그녀는 불편한 연인에서 편안한 친구로 쓸쓸이 물러났다. 이제 나는 그녀를 그녀석이라고 부른다. 나는 녀석에 대한 헌신의 의무로 부터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좋냐? 자유를 찾아서? 나는 나에게 대답한다. 물론.
그런데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걸 허무라고하나? 마치, 배가 아픈건지, 배가 고픈건지 아리송하고, 모기한테 물린 굳은 살에 손톱의 자극이 도달할 수 없음에서오는 가벼움 무력감이라고 할까? 고통은 뚜렸한 악의를 가지고 나를 괴롭히는데, 무능한 감각은 고통의 소재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그녀에게 헌신할 때가 좋았던 걸까? 나는 슬그머니 또 다른 그녀를 찾는다. 이게 끝이라는 불안한 확신을 가지고. 이게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확실한 불안감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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