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에어쇼 2007 - 밀리터리 패티쉬
서울 에어쇼 2007 - 밀리터리 패티쉬

전투기. 참으로 멋진 피조물이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왜 그것에 열광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의 드라마틱한 기동성과 뼛속을 울리는 굉음이 내포하는 거대한 힘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의 크기만큼의 살의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복잡한 동선의 선회 비행만큼 나의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나는 준 밀리터리 매니아이다. 일반적인 무기체계의 제원정도는 언제나 머릿속에 휴대하고 있을 정도이고, 술자리에서는 군대를 안주 삼을 때도 많고, 이지스함이 진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한걸음에 남쪽으로 달려가 그 웅장한 실루엣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에게 무기란 어떠한 종류의 욕망이 구체화한 것이고, 동시에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매개물로써 기능한다.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이를 전문용어로 패티쉬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에어쇼는 일종의 성교육 프로그램이고, 이라크전은 이러한 욕망이 일방적으로 춤추는 B급 강간 포르노인 것이고....

성남비행장의 한쪽 켠에 자리 잡은 록키드 마틴과 보잉사의 부스를 보며 문득 궁금한 것이 있었다. 저들과 그 동업자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해당했을까? 누적 1억 명은 족히 되지 않을까? 나아가, 피살자들이 사랑했던 사람들. 피살자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당한 관계적 타살은 얼마나 거대한 주검의 산을 이루고 있을까?

장내를 가득채운 인파 속의 아이들을 보니 국가에 대해 참으로 불경스러운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저 녀석들도 자라면 군인이 되겠지. 그중에서도 파일럿이 되고 싶을거야. 나도 그랬으니까. 물론, 파일럿이 되면, 개인으로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쎈 아저씨가 된다는 사실은 지금으로서는 몰라도 되겠지. 언젠가, 저 녀석들이 전장이라는 스팩터클한 상호 살해의 현장에 당도하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겠지? 저 귀여운 친구들은 그렇게 용감한 군인으로 성장하던지, 최소한 세금을 통해 스폰서 정도의 역활은 담당하지 않겠어? 그러기 위해사라도 밀리터리라는 욕망의 조기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

나는 반국가주의자도 못되고, 군대의 대안에 대한 지혜도 없다. 오려, 더 많은 이즈스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내가 몸담았던 방공포병 사령부가 그간 숙원이었던 패트리어트를 어서 도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군대에서는 모범사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고, 제대 후에도 착실하게 훈련에 참석하는 5년차 예비군이다. 또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조국에 대한 사명감에 경의를 표하는 착실한 납세자이다.

하지만, 나의 욕망이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채워질 수 있거나, 최소한 죽음의 암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것은 일종의 스너프이다. 국가는 국민으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국민과는 별개의 성격을 지닌 독립된 자아이다. 이 독립된 자아가 변태적 성욕을 갖지 않도록 감시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가 스너프의 주인공으로 촬영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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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군은 악플러

2007/10/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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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더 큰 세상으로 2007/10/26 23:41 x
제목 : 2007 서울 에어쇼
21일날 다녀온 서울에어쇼 사진을 지금에서야 올리게 되네요^^;; 맘만 먹으면 그전에도 올렸을텐데^^ 바쁜핑계를 되며 계속 밀어왔었죠^^;; 이넘의 구찮니즘이... ㅎㅎ 경원대학교의 주차거부로..
Tracked from 고어핀드의 망상천국 2009/09/15 09:54 x
제목 : 나는 왜 칼에 열광하는가
1."그런 취미 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어떤 아가씨와 함께 밥을 먹다가 들은 얘기다. 확실히 내 취향은 흔치 않다. 남자들 중에 밀리터리 취미를 가진 사람은 꽤나 많지만, 칼이나 갑옷 같은 전근대의 병장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희귀하다. 그래서인지 왜 그런 걸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일본도의 코등이(츠바). 대나무 잎과 눈송이가 새겨져 있다. 살생의 도구에 걸맞지 않은 평화로운 이미지다. http://www.flickr...
Rukxer 2007/10/24 11:14 L R X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인류 역사이래 무기가 없던 적이 없고, 전쟁이 없던 적도 없죠. 그게 지금은 비지니스가 되어서 패션쇼(=에어쇼 등)까지 하고 있을 정도까지 발전 내지는 변질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또 짭짤한 돈이 되니 만들긴 만들어야겠고....ㅡ,.ㅡ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죠? 어흥
egoing 2007/10/24 12:06 L X
문명은 야만성과 함게 그 야만성을 세련되게 포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CK 2007/10/24 16:33 L R X
류남수 님도 매일 군복같은걸 입고 다니던데... 그렇다면 남수님도 밀리터리 패티쉬? ㅋ
egoing 2007/10/24 19:55 L X
커밍아웃은 스스로 하는 겁니다. ㅋ
lunamoth 2007/10/24 21:45 L X
아 밀리터리 패션;;의 길은 멀고 험하군요 ㅎㅎ
egoing 2007/10/24 21:54 L X
ㅋㅋ
rince 2007/10/25 10:27 L R X
에어쇼에 대한 감상인줄 알았는데 은근히 무거운 분위기의 포스트네요 ^^;
정말 멋진데, 결국은 살상무기이긴 하네요.
egoing 2007/10/25 10:49 L X
rince님과 저 같은 사람이 친하게 지내야 세상이 좀 풍부해지죠. 댓글 감사해요. ^^
shumahe 2007/10/26 23:43 L R X
어렸을때는 많은 페티쉬를 갖였던거 같았었는데 크면서 많이 없어진거 같에요^^ 옛날에는 전투기라던가 총에 관심이 정말많았는데^^;;
egoing 2007/10/27 10:28 L X
저도 그랬죠. 아직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
이지 2007/10/27 14:18 L R X
제가 알고 있는 egoing님과 매치가 아니되어요...
...
...
...
글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보니 매치되었어요~^-^ (?)
egoing 2007/10/27 16:03 L X
오~ 이렇게 반가운 손님이 오시다니....
제가 좀 언발란스~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목소리도 더빙한 것 같다고하고,
동안이라는 말도 듣고
(한 35살 정도되는 것 같은 데, 31정도 되보인다는 둥)....
물론, 익숙하고요 ^^

아 이지님 보고 싶포요.
고어핀드 2009/09/15 10:53 L R X
관련해서 쓴 글을 트랙백합니다. 그러고 보니 진중권 선생도 어렸을 때 나무 총을 들고 놀기 좋아했다고 하는군요. 지금도 비행기를 좋아하고. :)
egoing 2009/09/16 21:56 L X
밀리터리에 대한 욕망은 진보/보수 구분이 별로 없더라구요.
Air 2009/10/25 21:11 L R X
음.. 에어쇼 검색하다가.. 이게 왠.. 하튼 미국에어쇼 구경도 오세요.. 시간은 좀 지났지만.. 서울에어쇼만큼은 볼만하듯.. http://www.cyworld.com/n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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