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전후
고흐전후 고흐 전을 다녀왔다.
'고흐에서 피카소까지'가 처음이었고,
'반 고흐전'이 두번째다.

얼마나 고대하던 반 고흐 콜렉션이란 말인가?
처음 본 덕수궁 돌담길에 눈길도 주지 않고 발걸음을 보챘다.

역시 기대는 실망의 어버이인 걸까?
생각만큼이나 어떤 울림 같은 것은 없었다
아니, 울림은 고사하고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이 불편함을 모라고 딱히 정의하기는 어려운데.... 음
위대한 화가의 대작 앞에서 납작하게 조아리고,
그 아우라에 경의를 표해야 할 것 같은 위압감이라고 할까?

집에 돌아온 후로
이 위압감의 흔적을 천천히 따라가 보기로 했다.

고흐의 그림은 흔히 두가지로 읽혀진다.
우선은 그림 자체에 대한 감상이다.
그는 사물을 똑같이 모사하는 구상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사물의 본질을 캔버스에 담기 위해
얼마되지 않는 인생을 그야말로 불태웠다. 훨훨
이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참 귀한 기회였다. 이점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형광색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오만한 표정의 사내는
단연 압권이었다.

그의 그림에서는 또 다른 문맥도 발견되는데
바로 고단했던 그의 삶과,
희망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드러나는 그의 그림이다.
적어도 나에게 고흐란
화려한 색채, 과감한 생략, 의도적인 왜곡의 기념비적인 향연이라기보다,
삶의 고단함을 정화시켜주는 비극에 가깝다.
그래서 나의 의식속에서 고흐는 기형도를 동행한다.

시를 느껴본 사람에게 동의라도 구해봐야겠다.
시라는 것이 언제나 마음에 와닫는 장르는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평소에 그냥 머리로 이해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느껴지는 것이다.
사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주말을 이용해 산뜻한 마음으로 찾아간 의리의리한 그의 저택에서
비극을 찾으려 했으니 나는 참 어리석다.
2008/01/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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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uture Shaper ! 2008/01/31 02:22 x
제목 : 나에게도
egoing님의 '고흐전후'를 읽으며 전에 찍었던 사진과 글이 생각났다. 나에게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 그 선율에 같이 호흡하는 가슴과 눈물 한방울 맺힐 줄 아는 감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2006년 6월..
Read&Lead 2008/01/12 11:52 L R X
전 egoing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삶의 본질이 차곡차곡 포스팅을 통해 쌓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egoing 2008/01/12 23:10 L X
감사합니다. Read&Lead님께서 많이 도와주세요. :)
비밀방문자 2008/01/14 00:56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8/01/14 10:06 L X
반사~
shumahe 2008/01/14 22:54 L R X
네덜란드에서 고흐 박물관을 갔을때가 생각나는군요^^
저는 별로 기대를 안하고 봤었어서 그런지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들이 걸려있고 유화의 터지감이 생생하게 보이는게 참 인상적이였지요^^
egoing 2008/01/14 23:14 L X
예 저도 그 터질 것 같던 유화의 질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국내에서 철수하기 전에 한번 더 가봐야 겠내요.
반쪽에서라도 즐거움을 찾아야겠지요.
말도 안되는 이유로 투덜대지 말고 ^^
mepay 2008/01/15 08:59 L R X
문득 글을 읽고

"나도 그런 그림이 있었어"라는 생각에 앨범을 찾아보았습니다...중학교 일학년 미술시간에 손을 그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전날 영화에서 본 손이 생각나, 줄무늬소매도 그리고, 손은 그냥 열심히만 그렸고.. 뜬금없이 손 뒤에다가 둥그렇게 광채를 그려 버렸습니다.

칠판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주욱 전시해 놓고 점수를 매기셨습니다

제 그림 앞에서 선생님이 멈칫하시다 "이거 누가그렸냐?"면서 반을 둘러 보셨습니다.

그때는 10반이 넘는 1학년을 미술선생님 두분이서 다 맡으셨기 때문에 아이들을 잘 모르셨죠..

쭈볏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께서 어떤 생각으로 그려 넣었냐고 물어보셨죠.


저는 "빠삐용 손이예요.." 하고 몸만 비비 꼬다가 앉았는데

선생님께서 한번 웃으시고 괜찮은 점수를 주셨던 생각이 나네요^^
egoing 2008/01/15 21:02 L X
아주 창의적인 어린이셨내요. 그렇죠. 우리 교육의 문제는 채우는데에만 집중하는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백이 강조되는 교육 그것이 문제로다!
애플 2008/01/15 12:08 L R X
해바라기를..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전까지..고흐를 '고흐'라 여기지 않았었거든요.
고흐전 많이 기대하고 있고 늦지 않게 가보려고 계획 중입니다.
제가 다녀와서 엮는 포스트 써볼게요.
참, 저는 종종 들러 구경하고 가는 사람입니다. ^^
egoing 2008/01/15 21:03 L X
제 댓글이 여기 똑바로서서 후기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좋은거 많이 느끼고 오세요. 귀한 댓글 감사해요.
초하(初夏) 2008/01/15 16:14 L R X
고흐의 고통에 동참하고 오신 듯 합니다. 동일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닐까... ^^
egoing 님, 새해 첫 인사가 늦었지만, 반갑구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올 한해도 늘 좋은 일만 생기고, 앞길에 행운 가득 깃들길 바랍니다.
egoing 2008/01/15 21:05 L X
좋은 글 항상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미술에 대해 막연한 동경 같은 걸 가지고 있는 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흐의 고통에 동참했다기보다, 그의 고통이 즐길거리가 된 것에 실망하고 돌아온게 맞겠내요.
비디 2008/01/20 16:19 L R X
이거 정말 가보고 싶습니다.
때가 안되어, 가고픈 마음을 조금 잠재우고자 고흐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정말 힘들게, 슬프게 살다 죽었더라구요. 고흐가 그의 동생에게 쓴 편지를 보면, 고흐에게 그림은 위로였다고 느껴져요. 붓으로 캔버스를 쓰다듬듯이, 자기 마음을 쓰다듬은게 아닐까? 하는... 어떻게 보면, 그의 스토리가 그림에 묻어 사람들이 좋아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거 아직 사람 많죠??
egoing 2008/01/20 19:02 L X
예,고흐에게 그림은 위로였겠지요. 동시에 그의 절망을 심화시키는 매개물이기도 했을 겁니다. 사람 별로 없었어요.제가 갔을 때는 그럭저럭 볼만했어요. 얼마 남지 않은 것같은데 꼭 한번 다녀오세요. ^^
쉐아르 2008/01/31 02:12 L R X
그것은 평소에 그냥 머리로 이해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느껴지는 것이다.

모든 것을 머리로만 이해하려는, 그리고 그걸로 되었다 생각하는 저의 접근방식을 돌아보게해주시는군요. 흠... 무언가를 가슴으로 느꼈었던 적이 언제였나 잘 기억이 안납니다 ㅡ.ㅡ
egoing 2008/01/31 10:16 L X
예! 머리로 이해하면 언젠가 가슴으로 느껴지는 날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로 이해조차 하지 않는다면 가슴으로 느끼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쉐아르님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비밀방문자 2008/01/31 13:36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8/01/31 10:39 L X
응 알았어 ~
임지 2009/08/09 23:22 L R X
고흐와 기형도라... 어울리는 그림이지만
전 고흐와 이상을 짝지어주렵니다.
기형도, 이상 모두 좋아하지만 이상이라면 고흐를 웃겨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egoing 2009/08/12 01:08 L X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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