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맨과 아이맥스
베트맨과 아이맥스 베트맨

잔뜩 기대를 했다. 기대는 실망의 아버지라고 했는가?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기대 앞에서 줄줄이 무릎을 끓었던가. 대표적인 것은 괴물이었고, 반대의 경우가 라스트 모히칸이나, 쇼생크 탈출이었지만, 다크 나잇은 기대에 굴복하지 않은 영화라는 점에서 대단하다.

이 영화는 죄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배신, 무차별적인 살육, 돈에 대한 무관심으로 조커는 순결한 악을 완성한다. 베트맨의 선은 베트맨 스스로 발광하는 것이라기 보다, 조커를 악을 통해서 구체화 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조커다. 영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조커와 베트맨으로 공고해진 선과 악의 경계 사이에 관객을 두고, 터프한 취조를 벌인다. 죽여야 살 수 있다면, 죽일텐가? 죽을텐가?

메시지 자체는 평범하다. 중요한 것은 몰입의 강도이다. 영화 속의 교묘한 장치들은 관객의 멱살을 잡고 스크린과 씬사이를 미친 듯이 끌고 다는다. 그 중의 압권은 사운드인데, 고조되는 조커의 광기를 단순한 소음으로 풀어낸 것은 관객의 불안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킨다. 기선이 제압된 관객은 순순히 영화 속 시선의 메시지 속에서 갈등한다. 과연 나라면?

물론, 이 영화는 계급적으로 불편한 영화이다. 베트맨은 아이언맨에 준하는 부르주아 영웅이다. 가진 자는 선하고, 가난한 자는 악하다는 도식은 기존의 슈퍼히어로의 법도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물론, 이것은 완전히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웅임을 숨기며, 별 볼 일 없는 구차함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영웅들이야 말로, 비현실적이다. 역사를 뒤져보면, 수 많은 혁명이 탐욕스러운 자본가의 자식들을 주동으로 하고 있다. 가난 한 현실은 돈을 미워하게도, 숭배하게도 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돈은 중요한 것이 된다. 그러나, (대체로 부모 덕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자본가들에게 돈은 그냥 공기와 같은 것이될 수 있다. 돈과는 무관하게 순수하게 악하고, 순수하게 선한 것은 이런 부르조아인 친구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아무런 인과관계없이 처음부터 돈이 많은 베트맨이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망또를 뒤집어 쓴 것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이유없이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베트맨은 선하다. 그만하면, 잘 큰거다. 그러나, 그가 순수하게 선할 수 있었던, 이유없는 부유함이야 말로, 베트맨을 만든 조커의 또 다른 얼굴이다.

아이맥스

마지막 엔딩크래딧이 올라갈 때 부러 앞자리에 앉아서 꼭대기를 올려다봤는데, 마치 폭포가 역류하는 듯한 아찔함이 느껴졌다. 제일 앞자리에서 보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목에게 못쓸 짓을 하는거란데에 생각이 미치자, 눈과 목이 적당한 선에서 좌석을 선정하는 것으로 타협하는 것이 좋겠다는 걸로 결론 내렸다. 5째줄 정도면 적당하지 싶다.

그런데 단지, 화면이 큰 것이라면, 솔직히 DMB를 안구에 바짝 댕겨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 오려, 훨씬 자유로운 자세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좌석 등받이에 다리를 올려놓는 세상에 인간 케말종도 없을테니 말이다. 물론, 화질이나, 음향, 그리고 무엇보다 옆좌석에 앉은 여친은 논외다.
2008/08/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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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elusion Laboratory™ 2008/08/19 11:13 x
제목 :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_CGV
Christopher Nolan # 1. 의도인가? 결과인가? 구닥다리 관점이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윤리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다. 고담시에 살고 있는 그들-설사 고든이라 해도-은 알
leezche 2008/08/19 10:52 L R X
"기대는 성공의 아버지" 명언이오...
수첩에 적는중!
egoing 2008/08/19 18:05 L X
기대는 실망의 아버지로 고쳐적어주세요 ㅋㅋ
히치하이커 2008/08/19 11:12 L R X
누군가 그러더군요. 고담시의 이성적인 누군가라면 배트맨의 정체에 대해 제일 먼저 브루스 웨인을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고. 돈 없으면 그 짓도 못 할테니.

아이맥스는 무척이나 땡기지만, 지금은 꿈이네요. 흑흑.
egoing 2008/08/19 18:06 L X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내요. ^^
conpanna 2008/08/19 18:21 L R X
다섯째줄이 적당하다뇨..제가 N줄을 택한 게 잘못됐다고 포스팅으로 반항하시는건가요?
(그나저나 용산은 무리니 메가박스 M관가서 한번 더 보고 옵시다)
egoing 2008/08/19 18:23 L X
그럽시다
inureyes 2008/08/19 18:51 L R X
어째서일까요. 서정주의 '국화 앞에서'가 생각나는군요. 한 줄의 말미를 쓰기 위해 egoing님은 글을 길게 쓰셨나보다... 같은 억측을 하는걸까요? 하하^^
egoing@gmail.com 2008/08/19 19:03 L X
ㅎㅎ 이러시면 안티생기는데요;;
inureyes 2008/08/20 22:50 L X
(텍스트큐브 버전 하나 나올때마다) 전 이미 안티의 바닷속에...
ls0018 2008/08/25 17:57 L R X
"죽여야 살 수 있다면, 죽일텐가? 죽을텐가?" 이런 물음은 영화 [쓰리 몬스터]에도 등장해. 네 말대로 이유없이, 처음부터 부유했던 감독이 처음부터 가난했던 도둑 한 사람의 협박을 받을 때..혹시 그 영화 봤어?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자의 선과, 태어날 때부터 가난한 자의 악, 또 이러한 자들의 선과 악을 배태시킨 사회 구조. 많은 걸 생각케 하는 영화였는데 이 글을 보니 너와 함께 그런 생각을 나눠보고 싶기도..^^
(간만에 왔징?^^)
egoing 2008/08/25 22:53 L X
한번 봐야겠군. 언제 시간내서 보자. 몸 조심하고, 자주 와 반갑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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