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ail
내가 gmail을 사랑하는 것은 일단 그 어마어마한 용량 때문이다. 지금이야 대용량 메일을 지원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이런 평가는 그 혁신이 처음 등장했던 당대에 대한 동시대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당시 hotmail이 5MB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지메일은 그 보다 200배가 많은 2GB를 제공했다. 이것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다 본 메일을 삭제할 필요가 없어졌고, 커뮤니케이션의 흔적을 저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텍스트가 음성을 원거리로 전달하고,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gmail이전의 이메일은 원거리 커뮤니케이션만 지원하는 반쪽 짜리 텍스트 였던 샘이다.
# 고흐
고흐의 그림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수 많은 현대미술이 그의 화풍과 닮아있고, 게중에는 더욱 발전된 형태의 것도 있지 않겠는가? 고흐에 대해서 전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이 호들갑에 우리같은 서민들이 시니컬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신드롬에는 두가지의 상반되는 관점들이 모호하게 섞여있다.
우선 고액권으로써의 고흐다. 그의 그림 중에는 1000억원을 호가하는 것이 있다. 말하자면 1000억원짜리 지폐면서, 재태크의 수단인 샘이다. 고흐는 부러 가난한 이웃들의 그림을 즐겨그린 소박한 화가였다. 그의 그림이 우리같은 서민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 하기는 커녕, 부자들을 호사스럽게 하는데 동원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혐오스러운 일이다. 벽에 돈을 붙이는 것만큼 우스깡스러운 짓이다. 특히나, 그림 속의 소재가 서민들의 가난하고 고독한 삶이라는 점에서 이 세기의 돈지랄은 모욕적이다.
그런데 이 신드롬은 다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당대로 돌아가보자. 그의 그림을 처음 목도한 사람들의 영혼으로 들어가보자는 말이다. 물론, 고흐는 당대의 무관심속에서 먼지처럼 사라진 불행한 사람이었다. 얼마 후 그의 그림은 서서히 사람들의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여기서의 당대란 그의 그림을 처음으로 향유한 시선들을 의미한다. 고흐의 그림과 그의 화풍이 출현하기 전, 처음으로 그의 그림을 알아본 사람의 영혼으로 들어가보지 않는다면 그의 그림은 그저 운이 좋아서 수천억을 호가하는 돈다발에 불과하다. 당대에는 향유할 수 없었지만, 오늘 날에는 향유할 수 있게 된 우리에게 당대로 돌아갈 수 있는 동시대적 상상력이 없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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