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이 방은 여느 방과 마찬가지로 정육면체 모양을 하고 있는데, 한쪽 꼭지점의 제일 깊은 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혼자 일 때도 있고, 여럿일 때도 있다. 그는 같은 사람이면서, 다른 사람이다. 나는 곰곰히 시선을 느낀다. 그가 누구일까 생각하면서.
그는 또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다. 내일의 '나'가 지금의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 중에는 힘겨워하는 '나'도 있고, 행복한 '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지금보다 힘들었던 '나'와 즐거웠던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희미한 기억을 따라 걷다보면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견딜 수 없는 것도 견딜 수 있는 것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