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격 에 해당하는 글1 개
2009/03/06   오토 (19)


오토
오토 오토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리니지나 와우(World of warcraft) 또는 아이온과 같은 온라인 게임을 대신 해주는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를 통칭한다. 오토한테 게임을 시켜 놓으면 지가 알아서 플래이를 한다. 이런 걸 쓰는 이유는 온라인게임의 특성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은 많은 시간을 투자 할 수록 더 높은 레벨과 더 좋은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데, 오토를 이용하면 자기 대신에 플래이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를 게임업체에서는 해킹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할 태세다.

오토 제작업체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오토가 게임 중독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강변한다. 생각해보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오토를 이용하면 게임에 대한 몰입이 저하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중독 방지'의 효과가 오토업체가 주장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이론적으로는 오토가 게임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여가가 생긴다.  그럼 이 시간에 연애도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생산적인 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거이 어서 많이 들어 본 소리다. 테크놀로지의 진보가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낙관 말이다. 기술의 발전은 정말 우리에게 더 많은 여가를 선물해줬는가? 물론, 우리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더욱 쾌적하고, 보다 편안하게 철야를 하고 있기는 하다. 생산성의 향상이 여가의 품질을 높일 것이라는 것은 허구다. 철학 없는 생산성의 향상은 더  많은 사람을 실직자로 내몰고, 더 많은 노동시간을 강제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오토가 있다고 게임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할 수 없을 때 대신해주는 것일 뿐, 게임 시간은 줄지 않는다.

게임이 좀 과하다 싶으면 쓰는 방법이 있다. 치트키나 트레이너를 이용하는 것이다. 게임의 재미는 순간적으로 높아지지만, 곧 드라마틱하게 급락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은 붙잡힌 모피어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래 첫번째 매트릭스는 완벽한 인간의 세상으로 계획됐다는 사실을 아나? 모두 고통 없이 행복하도록 계획됐지. 그런데 비극이 있었지. 프로그램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인간들은 다 죽었어. 인간들은 슬픔과 고통을 통해서 현실을 정의하는 것 같아. 너희 원시적인 두뇌들은 완벽한 세계의 꿈에서 자꾸 깨어나려고 했지. 그래서 매트릭스가 이렇게 다시 만들어진 거야. 너희 문명의 절정이지". 모피어스의 앞에는 1999년이 펼쳐져 있다. 인간에게 행복과 고통의 기압 차는 삶을 지속하게 하는 에너지원인 걸까? 오토는 게이머로 하여금, 게임업체에서 부러 만들어 놓은 고통을 대신해준다. 게임의 재미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세계를 설계한 업체의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중독을 나쁘게 보는 입장에서는 반길 수도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게임에서 오토를 쓰는 것이나, 현실세계에서 굴착기나 컴퓨터를 쓰는 게 머가 다르겠는가? 과학기술도 톡 까놓고 생각해보면 자연에 대한 일종의 해킹 아니겠는가? 일어날 수 있는 일만 일어난다. 과학기술이건, 해킹이건, 오토건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솓아 오르는 우주선을 가리키며 우리가 마치 자연을 지배하게 된 것인 양호들갑을 떨지만, 우리가 새롭게 지배한 것은 고정관념일 뿐 인간은 단 한 번도 자연을 거스른 적이 없다. 오토가 문제되는 것은 이것이 막을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그것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토는 이미 정치적인 쟁점이다. 지금이야 오토를 사용하지 않는 유저들이 훨씬 많은 상황이지만, 오토의 사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고, 오토를 이용하는 유저가 급증한다면, 오토는 정치 스캔들로 발전할 것이다.

오토란 일종의 가상인격이다. 그런데 게임 속의 가상인격이란 비단 오토만 있는 것이 아니다. NPC(Non-player character)는 오토 이전부터 있었던 가상인격이다. 이들은 플래이어들의 적일 수도 있고, 조력자 일 수도 있고, 경찰력 일 수도 있다. 다만, NPC는 업체들이 만들어낸 것이고, 오토는 유저들에 의해 고용되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AI가 고도화되면 유저에 의해서 고용된 오토가 아니라, 업체에 의해 고용된 오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마치 그 서비스가 북적거리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다.

이제 오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아니, 정확하게는 가상인격에 대한 고민이다. 오토는 게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오토는 이메일이 도착했다고 알려주고, 어떤 오토는 여친의 생일이라고 알려준다. 어떤 오토를 당신은 인간이라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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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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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epay 쇼핑몰 전문 블로그 2009/03/07 03:05 x
제목 : 사각틀에 갇힌 불쌍한 팽귄녀석들..
종종 아주 평범한 식사를 하면서 좋고 싫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쌀밥에 배추김치에 꽁치튀김 정도의 음식을 먹을 때는 내가 이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다. more.. 습관은 사람을 무감정하게 만드는 것인가? 지금 같은 순간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군주가 먹고 있을 저녁식사나 전남 어디의 시골 농부가 먹고 있을 질박한 새참 같은 건 좋다와 싫다로 구분할 수 없다..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먹고싶다"와 "궁금하다..
Tracked from seoulrain's me2DAY 2009/03/12 19:49 x
제목 : 서울비의 생각
오토와 포크레인에 대한 통찰
Tracked from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2009/04/30 10:13 x
제목 : 논란 속의 오토프로그램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온라인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오토프로그램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 되면서 생겨난 오토프로그램은 게이머가 조작을 하지 않아도 반복적인 행동을 자동으로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것을 두고 여러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게이머간에 찬반논쟁이 지속 되고 있다. 2009년 2월 26일 국내 유명 게임 회사..
준인 2009/03/06 20:46 L R X
그나저나 소프트웨어 오토는 어떻게든 커버뜰텐데 하드웨어 오토는..............
egoing 2009/03/07 23:17 L X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로 신호를 보내고, 카메라로 상황을 판별한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요. 그런 점에서 오토에 대한 근절은 허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적인 제재가 맞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구요.
mepay 2009/03/07 03:09 L R X
그 오토에 갇히는 것이죠. 이고잉님 글 보고 문득 생각나서 적습니다.
egoing 2009/03/07 23:17 L X
메트릭스인거죠. 우리는 이미 메트릭스에 살고 있다는....
소중한시간 2009/03/07 10:18 L R X
정말 대단하세요~ 어찌...오토마우스를 가지고 이런 생각과 글을 쓰시는지 ~_~ 감탄합니다~
egoing 2009/03/07 23:19 L X
칭찬 감사합니다. ^^
하이컨셉 2009/03/08 12:58 L R X
대단한 통찰력이시네요. 오토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고, 전에 개인적으로 온라인 게임하면서 저많의 오토를 만들어서 쓴적도(^^) 있는데요 ...

오토에 대해 이렇게 심오한 글은 처음 읽어보네요. 어찌보면 정말 가상인격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습니다. 궁극의 형태라고 한다면 ...
egoing 2009/03/08 21:24 L X
감사합니다. ^^ 그런데 hand made 오토는 어떤 것일지 참 궁금하내요.
하이컨셉 2009/03/08 21:28 L X
별 것 아니랍니다. 그냥 마우스 동작을 가로채서 필요로 하는 좌표값들을 시간에 맞춰 돌리면서 클릭하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 ^^
egoing 2009/03/08 21:52 L X
헐. 개발자인 저도 엄두 못내 본 것을 닥터께서.... 지적인 범주가 정말 광활하시내요. ^^
2009/03/08 20:54 L R X
한개의 포스팅에 굉장히 많은 걸 담으셨군요. 하악... ㅎㅎ
사실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군요. 글이 다소 현학적이라서 읽다가 감탄해버렸다능..ㅎㅎ
다만 너무 많은 것을 '가상인격'이라는 테두리 안에 담으신 것은 아닌가 합니다. ^^;;

맛있는 주말 되셨길 바래요~~~^^
egoing 2009/03/08 21:27 L X
날카로우시내요. 꽤 어렵게 쓴 포스팅입니다. 이런 것들은 대체로 할 말은 너무 많은 데 그것들을 하나의 포스트안에 우겨넣는 경우가 대체로 그렇습니다. 버릴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햅님도 먹음직스러운 월요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솔직한 비평 감사합니다. ^^
ageratum 2009/03/08 22:13 L R X
그래서 저는 온라인게임을 잘 안합니다..^^:
굳이 저런걸 써서라도 해야되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쓰면 바보되는거 같고, 쓰자니 뭔가 아닌거 같고..^^:
egoing 2009/03/09 15:15 L X
저는 그래서는 아니지만, 사실 좀 적극적으로 그 세계로 이주하기가 꺼려지더라구요. ^^
ghost 2009/03/09 10:26 L R X
흠 오토는 사실 매크로를 통칭하는 느낌으로 쓰이고 있는 듯 합니다. 린지때의 떨어진 아이템 위치 감지 줍기를 빠르게 키 하나로 해주는 거나 울온에서 광석을 캐고 가방에 집어넣고 하는 일을 대신하는 거죠. 절대 게임 자체를 대신 해주지는 않습니다. 대신해주는 느낌까지 가면 봇이라는 표현을 쓰죠. 흠 그러고 보니 오토(봇)(헉 트랜스포머?)의 AI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흥미롭군요. 언제 관련 포스팅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egoing 2009/03/09 10:53 L X
그렇군요. 오토와 봇은 다르군요. 제가 잘 몰랐습니다.
무량수 2009/04/29 20:13 L R X
트랙백 잘 받았습니다. 오토에 관한 재미난 관점이네요. 많은 사람들은 오토가 나쁘다 좋다만 따지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새로운 시각으로 볼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egoing 2009/04/30 10:08 L X
저도 무량수님의 글 잘 봤습니다.
2011/06/26 16:21 L R X
글이 너무 멋져서 정신이 해킹될 지경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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