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오토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리니지나 와우(World of warcraft) 또는 아이온과 같은 온라인 게임을 대신 해주는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를 통칭한다. 오토한테 게임을 시켜 놓으면 지가 알아서 플래이를 한다. 이런 걸 쓰는 이유는 온라인게임의 특성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은 많은 시간을 투자 할 수록 더 높은 레벨과 더 좋은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데, 오토를 이용하면 자기 대신에 플래이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를 게임업체에서는 해킹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할 태세다.
오토 제작업체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오토가 게임 중독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강변한다. 생각해보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오토를 이용하면 게임에 대한 몰입이 저하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중독 방지'의 효과가 오토업체가 주장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이론적으로는 오토가 게임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여가가 생긴다. 그럼 이 시간에 연애도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생산적인 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거이 어서 많이 들어 본 소리다. 테크놀로지의 진보가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낙관 말이다. 기술의 발전은 정말 우리에게 더 많은 여가를 선물해줬는가? 물론, 우리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더욱 쾌적하고, 보다 편안하게 철야를 하고 있기는 하다. 생산성의 향상이 여가의 품질을 높일 것이라는 것은 허구다. 철학 없는 생산성의 향상은 더 많은 사람을 실직자로 내몰고, 더 많은 노동시간을 강제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오토가 있다고 게임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할 수 없을 때 대신해주는 것일 뿐, 게임 시간은 줄지 않는다.
게임이 좀 과하다 싶으면 쓰는 방법이 있다. 치트키나 트레이너를 이용하는 것이다. 게임의 재미는 순간적으로 높아지지만, 곧 드라마틱하게 급락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은 붙잡힌 모피어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래 첫번째 매트릭스는 완벽한 인간의 세상으로 계획됐다는 사실을 아나? 모두 고통 없이 행복하도록 계획됐지. 그런데 비극이 있었지. 프로그램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인간들은 다 죽었어. 인간들은 슬픔과 고통을 통해서 현실을 정의하는 것 같아. 너희 원시적인 두뇌들은 완벽한 세계의 꿈에서 자꾸 깨어나려고 했지. 그래서 매트릭스가 이렇게 다시 만들어진 거야. 너희 문명의 절정이지". 모피어스의 앞에는 1999년이 펼쳐져 있다. 인간에게 행복과 고통의 기압 차는 삶을 지속하게 하는 에너지원인 걸까? 오토는 게이머로 하여금, 게임업체에서 부러 만들어 놓은 고통을 대신해준다. 게임의 재미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세계를 설계한 업체의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중독을 나쁘게 보는 입장에서는 반길 수도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게임에서 오토를 쓰는 것이나, 현실세계에서 굴착기나 컴퓨터를 쓰는 게 머가 다르겠는가? 과학기술도 톡 까놓고 생각해보면 자연에 대한 일종의 해킹 아니겠는가? 일어날 수 있는 일만 일어난다. 과학기술이건, 해킹이건, 오토건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솓아 오르는 우주선을 가리키며 우리가 마치 자연을 지배하게 된 것인 양호들갑을 떨지만, 우리가 새롭게 지배한 것은 고정관념일 뿐 인간은 단 한 번도 자연을 거스른 적이 없다. 오토가 문제되는 것은 이것이 막을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그것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토는 이미 정치적인 쟁점이다. 지금이야 오토를 사용하지 않는 유저들이 훨씬 많은 상황이지만, 오토의 사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고, 오토를 이용하는 유저가 급증한다면, 오토는 정치 스캔들로 발전할 것이다.
오토란 일종의 가상인격이다. 그런데 게임 속의 가상인격이란 비단 오토만 있는 것이 아니다. NPC(Non-player
character)는 오토 이전부터 있었던 가상인격이다. 이들은 플래이어들의 적일 수도 있고, 조력자 일 수도 있고, 경찰력
일 수도 있다. 다만, NPC는 업체들이 만들어낸 것이고, 오토는 유저들에 의해 고용되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AI가
고도화되면 유저에 의해서 고용된 오토가 아니라, 업체에 의해 고용된 오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마치 그 서비스가 북적거리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다.
이제 오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아니, 정확하게는 가상인격에 대한 고민이다. 오토는 게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오토는 이메일이 도착했다고 알려주고, 어떤 오토는 여친의 생일이라고 알려준다. 어떤 오토를 당신은 인간이라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
matrix 2009/03/06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