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이 문을 닫는다고? 다음에 플래닛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타겟으로 설계된 서비스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되나보다. 서비스를 폐지한다는 (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있다. 다음 입장에서는 다음블로그와 티스토리가 일정한 괘도에 올랐고,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플래닛의 호흡기를 때고 싶은 마음이 있을 법도 하다.
이구아수님도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참 재미있다.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팬시하게 기획됐지만 중장년층의 안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하루 4~5시간을 플래닛에서 보내는 열혈유저다. 당신이 거느리고 있는 네트워크도 꽤나 방대한 듯 보였다. 그녀는 그곳에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의미있는 글들을 펌한다. 요즘은 부쩍 아버지의 견제가 들어오나보다. 어머니는 플래닛의 중단을 선언했고, 포스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짬날 때마다 당신의 플래닛에 방문해서 댓글을 확인한다. 컴퓨터가 꺼져있으면 불안해하고, 인터넷이라도 안되는 날엔 자식들과 KT는 초비상이다. SNS에 중독된 것이다. 그리고 플래닛에는 어머니 못지 않은 홀릭들이 즐비하다.
플래닛에 가면 몇가지 문화적인 충격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댓글이다. 좀 수고스럽지만,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보자.
http://planet.daum.net/dlsrud100/ilog/7469889 이글은 플래닛의 메인에서 첫번째로 추천하는 인기글이다. 댓글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우선 댓글로 올라온 이미지와 에니메이션이 눈에 띈다. 마치 개발자가 테스트로 올려놓은 것처럼 너저분하다. 또 댓글의 내용은 어떤가? 감상이 지나쳐서 유치하다.라고 말하면 안된다. 이것은 이분들의 감수성이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쉽게 폄 화해서는 안된다. 초딩을 비판하는 것은 좀 용인되지만, 어르신들을 비판하기에 우리는 아직 어리다.
이런 일이 있었다. 청주에 내려갈 때마다 어머니가 태그, 태그 노래를 하는거다. 나는 블로그의 태그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놀랍게도 HTML 태그를 이야기하는거 아닌가? 어머니는 댓글에 이미지를 삽입하는 방법을 집요하게 물어온 것이다. 나는 여느 자식들의 못된 습관처럼 당신의 간절한 민원을 귓등으로 흘려버린 것이고. 당신이 HTML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다 싶어서 프로그램을 하나 짜드렸다. 펌하고 싶은 이미지 URL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HTML 태그를 생성해주는 캐주얼한 프로그램이었다. 어머니는 의기양양해졌고, 모든 지인의 플래닛을 이미지로 도배하고 다녔다. 도배신공을 보니 기가막혔다.
플래닛은 어르신들의 서비스가 된 것이다. 서비스 설계자 입장에서 이것은 당혹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랴 이것이 서비스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그런 점에서 타겟을 너무 타이트하게 설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못 믿겠으면 플래닛을 보라!
중장년층은 누구인가?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어머니와 그 친구들은 스킨에 1만원도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일 뿐 아니라, 하루에 4~5시간을 여가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다. 또,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중장년층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들이 건전하게 소통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어린 것들의 의무이고, 자신을 위한 중요한 투자다. 우리는 누구나 빠른 속도로 늙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중장년층은 충성도가 높다. 서비스를 하나의 신체로 놓고 봤을 때 이들은 서비스의 항상성에 중요한 기여계층이다. 야후와 다음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어르신 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그 역활이 큰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서글푼일이다. 어르신들이 인터넷을 하는 중요한 이유는 뒤쳐지기 싫어서다. 다른 말로 소외 때문이다. 그런데 젊은 것들이 만드는 것을 보면 하나 같이 노인병원, 실버 기저기 이런 식이다. 이런 사람들이 웹서비스를 만들면, 서비스명은 실버로그고, 글씨는 주먹만하고, 메인 섹션은 마을회관, 노인정, 양로원. 이 따위 메타포를 난발할 것이다. 플래닛이 어르신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오히려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한 팬시한 기획 때문은 아닐까? 누가 스스로를 노인으로 인정하고 싶겠는가?
또, 그 어떤 기획자도 어르신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것도 문제다. 이들은 자신과 그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건 인지상정이다. 젊음은 좋고, 늙음은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이 소갈머리 없는 시대에서 누가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있는 것이다. 메신저 시장을 보자. 철옹성 같은 MSN이 붕괴된 것은 놀랍게도 세대간의 레이어(layer, 계층) 때문이었다. 꼬마들은 세이클럽, 버디버디를 쓰고, 그 위에는 네이통을 쓴다. 그 위로는 MSN이 여전히 강자고. 세대간의 불균형은 기술적 혁신 못지 않은 기회다. 그런 점에서 다음은 어른들을 위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것이다. 나는 어른들을 위한 서비스 플래닛을 응원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어머니를 위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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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행성 :: 기로에선 플래닛 +
기획하지 않은 기획 +
플래닛 게시글 백업기능 오픈 2008/11/18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