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플라이 에 해당하는 글2 개
2010/01/09   풍요와 결핍 (8)
2009/09/27   몰입의 상한 (9)


풍요와 결핍
풍요와 결핍 얼마전에 내 친구 정사장이 책 서비스를 오픈했다. 전직장 동료였던 녀석은 옛동료들에게 서비스의 테스트를 부탁했다. 반응은 놀랍도록 뜨거웠는데, 그것은 이 서비스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런 저런 버그 때문이었다. 동료들은 앞다퉈서 서비스의 부실함을 조목조목 타박했고, 훈계도 늘어 놓았다. 메일 쓰래드는 빠른 속도로 비대해졌고, 나중엔 이슈 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부실함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부실함이 사람들에게 바로잡을 것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바로잡을 것'이란 이야기거리를 의미하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서비스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것은 정사장이 가진 큰 자산이다. 녀석은 엉성해 보임으로써 상대를 우쭐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녀석은 사실 엉성하지 않다.

내가 만든 트위터 프로그램인 몽키 플라이의 홈페이지는 여백을 지향하기 때문에 부실한 것이 아니라, 그냥 부실하기 때문에 부실한 것이다. 동시에 이 부실함을 합리화하는 노림수도 있었다. 친절하고 완벽한 메뉴얼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메뉴얼이 완벽하면 유저들이 참여 할 공간은 그만큼 비좁아 진다. 그래서 나는 몽키의 메뉴얼을 친절하게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유저들이 직접 메뉴얼을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또 초마이너해 보이는 이 프로그램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어주었다. 몽키플라이가 친절한 메뉴얼과 세련된 마케팅을 과시했다면 이런 호사는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누군가의 호의가 나를 풍부하게 만든다.


          + 유저스토리 북 - 내 친구 정사장이 만든 책서비스
          + 몽키플라이 메뉴얼 - 도아님이 만들어주신 몽키플라이 설명서
          + 몽키플라이 메뉴얼 - 영어권에 소개된 몽키플라이
          + 몽키플라이에 대한 트윗들
          + 결핍




2010/01/0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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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2010/01/29 08:23 x
제목 : 크롬에서 몽키 플라이 사용하기
얼마 전 egoing님이 몽키 플라이라는 그리스몽키(Greasemonky) 기반의 사용자 스크립트(User Script)를 발표했다. 원래 그리스 몽키 기반의 사용자 스크립트는 [tg=Chrome]크롬[/tg](Chrome)에서 바로 동작하지 않기 때문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잠수함 업데이트를 했다고 해서 파이어폭스(Firefox) 사용자 스크립트로 설치해 봤다. 그런데 의외로 괜찮았다. [tg]pbtweet[/tg]를 사용할 때...
Tracked from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2010/04/07 09:22 x
제목 : 트윗 고수들에게 전수받은 트위터 활용 팁 5가지
오늘 나의 트위터 팔로워가 900명을 돌파, 리스트가 100명을 넘어섰다. 어영부영 트위터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그만 발목을 콱 잡혀서 벌써 1560이 넘는 트윗을 날리다니 정말로 놀랍기만 하다. 지난 해 참가했던 PR Talk에서 한상기 교수님이 그러시더군요.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중요한 뉴스라면 반드시 나에게 온다고. 뉴스를 찾아가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라고. 요즘은 트위터만 보고 있으면 TV도 뉴스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내게 필요한 정보는..
夢の島 2010/01/09 10:11 L R X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하는 것도 소비자의 욕구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러한 욕구를 자극하는 것도 좋은 마케팅의 수단이겠군요. 유저를 생산 과정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고 동시에 유저들이 제품에 집착하게 만들면서 유저들이 홍보까지 같이 해 주게 만드는 일석삼조의 마케팅...약간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아이폰의 '해킹'도 유저가 느끼는 부족함을 유저에게 채우게 만드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going 2010/01/10 09:31 L X
마케팅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근데, 이런 고려에 마케팅이라는 이름은 가급적 붙이지 않는 것이 정서상 좋습니다. 설계된 부실함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
아크몬드 2010/01/09 15:07 L R X
좋은데요..ㅋㅋ 재밌게 읽었습니다.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가 나의 인생을 가늠 한다는 평소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egoing 2010/01/10 09:31 L X
감사합니다. ^^
RUKXER 2010/01/09 21:45 L R X
그게 유저들의 충성심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단점의 마케팅이랄까?
그치만 시간이 지나도 보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이 될 지도...
egoing 2010/01/10 09:32 L X
빙고!
eeum 2010/02/24 16:19 L R X
주변에, 윗글에 언급된 '녀석'이라는 분.정사장님과 비슷한 언니가 있지요.
늘 주변엔 넌 나없이 안돼. 라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이따금 약간은 맹한듯 맹하지 않은 소탈한 그 성격이 부럽곤 해요.
워낙 알아서 하기 좋아하는 피곤한 성격이라서요.저.
그렇다고 똑부러지지도 못하다지만.☞☜
ㅍㅎ.. : )
egoing 2010/02/25 12:18 L X
제 처세의 정점은 남들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존경받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거라능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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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상한
몰입의 상한 일전에 언급했듯이 간만에 사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을 시작했다.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http://twitter.com)를 튜닝해서, 좀 편하게 트윗팅을 해보자는 바램에서 시작한 작은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일이 좀 커졌다. 원래 사적코딩이라는 것이 그렇다. 처음엔 자기를 위해 시작 하지만, 하다보면 눈덩이처럼 켜져서 나중엔 혼자 쓰기엔 과한 것이 된다. 그래서 공유를 맘 먹으면, 혼자 쓸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일들이 발생한다. 마치 개인이 조직이 되었을 때, 목적이 아닌 신진대사를 유지하는데만 엄청난 공력을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사적 코딩은 점점 공적 코딩이 되고, 개발자와 유저들 간의 취향이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열정은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탁 숨이 막히는 지점에서 아 취미를 일처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열정이란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할 자원인 것이다.

열정의 산물인 몰입은 물론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를 장황하게도 한다. 로직 앞에서 오랜시간 고민하는 개발자는, 자기가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나 낮익은 것이되기 때문에, 그것을 처음으로 대면하게 될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기획자가 개발하고, 개발자가 기획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나지만, 그것의 맹점이 없다고는 말 못한다.

또 일이란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프로잭트의 문제는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는 것이다. 블로그나 소프웨어나 업데이트는 개선의 문제를 넘어서 생존의 문제다.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것을 세상은 죽은 것으로 간주하니까. 한편,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 죽는다. 이것은 모순되지만, 그게 자연의 법리다. 마찬가지로 그 인간들이 만드는 프로잭트도 언젠가는 소멸한다. 그것을 선선히 받아들이지 못할 때 사는게 피곤해지는거다. 끝나지 않는 프로잭트 아 생각만해도 숨막히지 않는가?

사적 코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커리큐럼이 아니라, 취미로 시작했다. 재미로 시작한 소박한 프로잭트가 1년 넘게 지속 되었다. 간단한 아이디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나중엔 300MB에 육박하는 거대한 것이 된 것이다. 독학으로 코딩을 시작한 나에게 기법이고 자시고가 있을리가 만무했다. (일종의 백업인) 버전관리는 알지도 못했고, (품질검사인) QA는 즉흥적이었고, (질문답변인) Q&A는 과하게 장황했다.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릴리즈는 충동적이었고. 불꽃 같은 시절이었지만, 열정이 지나간 자리에는 남는 건 쓸쓸한 폐허였다. 나는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지만, 자유인으로써의 야성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코딩의 즐거움을 슬슬 잃어가던 참이었다.

그런 점에서 오랜만에 강림한 코딩신은 참으로 반갑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게 해볼 참이다. 몰입의 상한을 상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트위터에 포스팅한 글이 2852개다. 그리고 내가 만들고 있는 몽키플라이의 코드가 현재 1106줄이다. 나는 앞으로 약 1746줄의 코드를 더 작성할 것이다. 코드가 트윗팅의 수를 넘어서면 개발을 중단할 것이다. 그럼 몽키플라이는 두가지 선택을 해야한다. 하나는 트위터에 열심히 글을 써서 코딩의 한도를 늘리거나, 기존의 코드를 좀 더 사려 깊게 작성해 좀 더 속 깊은 원숭이로 길러내는 것이다. 원숭이는 사춘기를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길이 더 있지만, 그건 생각이 더 필요 하므로 신비주의로 남겨둘련다. 다시 코딩 시작해야겠다. 내일 새로운 기능이 하나 더 추가된다. 질서정연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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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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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uma2u 2009/09/28 00:29 L R X
후후 원숭이 사용자들은 고잉님의 트윗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겠군요. 저도 조만간 몰입의 상한을 정해야 할까요? 아직까지는 즐겁습니다 다행히도.
egoing 2009/09/28 11:58 L X
ㅋㅋㅋ 즐거워야죠. 즐겁기 위해서 그러는거니까요.
feveriot 2009/09/28 12:34 L R X
저도 심리검사 프로파일 만들어주는 엑셀시트를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완전 몰입되어서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매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어서인지 공감이 됩니다. 남들에게도 도움이 될 줄 알고 배포했는데 왠걸... 부실하다고 욕먹고 그 시간에 공부나 하라는 충고를 해주더군요.. ㅎㅎ.
egoing 2009/09/29 17:16 L X
그 욕과 충고가 점점 줄어들면서 언젠가는 찬사가 되지 않을까요? 이미 찬사를 받고 계실 듯 :)
jk 2009/09/28 19:31 L R X
축하해.
egoing 2009/09/29 17:18 L X
축하씩이야. 요즘은 잠도 못자고 이러고 있다;;;
silent man 2009/09/29 20:42 L R X
이런 몰입에 대한 부분을 담당하는 제 머리 어딘가에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참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심리학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크억, 좀 체 뭔가를 꾸준히 진득하게 하질 못 하는지라.
egoing 2009/10/02 22:25 L X
저도 공부에는 몰입을 전혀 못합니다.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체면을 걸어야 할까요? ^^
비밀방문자 2009/09/30 12:47 L R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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