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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0   인테리어하지 않은 인테리어 (15)


인테리어하지 않은 인테리어
인테리어하지 않은 인테리어

성공과 공간은 밀접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
성공에 대한 수 많은 각오는 지금의 공간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되고,
성공에 대한 척도는 소유한 공간의 규모와 가격에 의해 판단되고,
성공에 대한 희망은 인테리어에 대한 상상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그제 술자리에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들어 부쩍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한다.
그것은 성공이 코앞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 빌어먹을 엄동설한 때문이다.
우리는 상상력으로 이 모진 겨울을 일단 이겨내야 한다.

술기운 속에서
성공한 회사의 사무실을 곰곰히 그려봤다.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당연히 의자다.
의자는 가장 광범위하게 신체와 접촉하는 기물이다.
이게 불편하면 회사 생활이 불행해진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컴퓨터다.
빠른 컴퓨터는 더 높은 효율을 보장한다.
는 착각을 준다. 때로 착각은 모두에게 이롭다;;
최고의 의자와 컴퓨터,
이것은 수단이 아니고 목적이고,
노동자와 회사가 만나는 인터페이스다.
이것을 소흘히 하는 회사는 망해야 한다!

이웃에 있는 글로벌 컴퍼니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이건 머 회사가 편의점이란다.
온갓 종류의 군거질꺼리가 한가득인가보다.
동료중에는 이걸 무척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정말 단호하게 이런 것이 싫고,
회사가 돈 좀 벌었다고 이런 짓을 할까 심히 걱정된다.
요즘 세상에 영양이 부족해서 굶는 사람이 있나?
(물론 있지만 ㅠㅠ)
가끔은 신이 최초로 인간을 설계할 때
기근 없는 삶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간에게는 두가지의 삶이 있다.
아테네적 삶과 스파르타적 삶이다.
인간은 오랜세월 아테네 시민으로 살고 싶어했다.
자연 자체가 혹독한 스파르타였거든.
그러다 덜컥 아테네 시민이 된 것이다.
과잉은 나태를 낳고, 나태는 몸과 마음의 질병이 되었다.
아테네는 의지를 신봉하고,
스파르타는 의지를 둘러싼 환경을 신봉한다.
그런데 의지라는 것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강력해 보이지만
막상 사용하려고 하니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스파르타를 찾는다.
여자들은 다이어트를 위해서 스파르타 TV에 출연하고,
아이들은 대학을 가려고 스파르타 학원을 찾는다.
TV에서는 강마에 신드롬으로 난리 법석이고.
나 역시 스파르타적인 삶을 갈망하는 1인이기 때문에
내가 중역이 된다면 회사에 음식이 들어오는 일은 없을꺼다!

이제 제일 중요한 인테리어를 해야겠다.
우선 설계를 하고, 견적을 낸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최대한 엘레강스한 인테리어를 부탁한다.
그리고 설계와 견적에 대한 비용을 충분히 지불한 후에
계약을 파기한다.
견적으로 나온 돈은 잘 적립했다가 회사가 이사갈 때 근무일 수 별로 차등해서 지급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컴퍼니의 음식정책을 가상으로 상정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았을 때 절감되는 비용을 계산해서 월급봉투에 넣어준다.

노동자가 이룩한 비용절감을 절감의 주체에게 100% 캐쉬백하는 것이 이 정책의 골자고,
회사가 최소한의 신진대사로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이 정책의 목표다.
나는 생산과 소비에 대한 맹목적인 미덕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적게 생산하고, 적게 소비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벤처기업이 투자를 받으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인테리어다.
이건 돈지랄이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클라이언트와 구성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니까.
하지만 나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좀 색다른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다.
'이 회사는 돈도 많은 데 참 궁상맞구먼'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을 알아봐서 좋고,
'이 회사 실속있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함께 일 할 수 있어서 좋지 않나?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은 의.식.주다.
의는 개성을, 식은 에너지를, 주는 환경을 의미한다.
개성은 환경을 만들지만 동시에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좋은 철학이 만든 환경의 스파르타적 지배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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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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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8con's me2DAY 2008/11/21 13:02 x
제목 : 8con의 생각
인테리어 하지 않은 인테리어 - egoing, 개성은 환경을 만들지만 동시에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좋은 철학이 만든 환경의 스파르타적 지배를 받고 싶다.
Tracked from blogring.org 2008/12/09 21:08 x
제목 : 인테리어-으로 이어질 블로그링
인테리어-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
ghost 2008/11/20 10:50 L R X
흡연실 plz
egoing 2008/11/20 14:37 L X
이거 빠트렸내. 직을 걸고 흡연실을 만들지 않을겁니다. ㅎㅎ
ghost 2008/11/20 14:46 L R X
우우우우 각박해 각박해~~! 이러니 흡연자들이 탈선하는거에요~~!
egoing 2008/11/20 20:03 L X
탈선하시라고 이러는거예요 ㅎㅎ
ghost 2008/11/20 14:48 L R X
의=> 술잔과 술병, 식=> 안주, 주=> 물어머하리오
egoing 2008/11/20 20:03 L X
ㅎㅎ
CK 2008/11/20 18:04 L R X
여기서 활동하는 ghost는... 알바? ㅋ
egoing 2008/11/20 20:04 L X
CK님은 제가 아는 CK님이 맞나요? 혹시 알바? ^^
purplered 2008/11/21 10:24 L R X
감동받고 갑니다.
제가 이상으로 그리는 글 스타일이군요 ㅠ_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
egoing 2008/11/21 14:53 L X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진이 좋내요. 저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
로드 2009/03/31 09:14 L R X
좋은 철학이 만든 환경의 스파르타적 지배를 받고 싶다라~~

이고잉님,
갈수록 글쓰기가 철학적이 되가는군요~~
공동이가 왜그려요~~ ㅎㅎ
로드 2009/03/31 09:15 L X
공동이->공돌이 ㅎㅎ
설마 공돌이 출신 아닌것은 아니죠? ^^
egoing 2009/03/31 09:17 L X
사실 아닙니다. 독학이라는 ㅎㅎ
graphittie 2009/08/16 15:21 L R X
점심은 챙겨주세요; 전 중식제공하는 회사가 "너무" 좋아요.
egoing 2009/08/22 00:42 L X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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