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와 결핍 얼마전에 내 친구 정사장이 책 서비스를 오픈했다. 전직장 동료였던 녀석은 옛동료들에게 서비스의 테스트를 부탁했다. 반응은 놀랍도록 뜨거웠는데, 그것은 이 서비스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런 저런 버그 때문이었다. 동료들은 앞다퉈서 서비스의 부실함을 조목조목 타박했고, 훈계도 늘어 놓았다. 메일 쓰래드는 빠른 속도로 비대해졌고, 나중엔 이슈 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부실함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부실함이 사람들에게 바로잡을 것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바로잡을 것'이란 이야기거리를 의미하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서비스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것은 정사장이 가진 큰 자산이다. 녀석은 엉성해 보임으로써 상대를 우쭐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녀석은 사실 엉성하지 않다. 내가 만든 트위터 프로그램인 몽키 플라이의 홈페이지는 여백을 지향하기 때문에 부실한 것이 아니라, 그냥 부실하기 때문에 부실한 것이다. 동시에 이 부실함을 합리화하는 노림수도 있었다. 친절하고 완벽한 메뉴얼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메뉴얼이 완벽하면 유저들이 참여 할 공간은 그만큼 비좁아 진다. 그래서 나는 몽키의 메뉴얼을 친절하게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유저들이 직접 메뉴얼을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또 초마이너해 보이는 이 프로그램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어주었다. 몽키플라이가 친절한 메뉴얼과 세련된 마케팅을 과시했다면 이런 호사는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누군가의 호의가 나를 풍부하게 만든다. + 유저스토리 북 - 내 친구 정사장이 만든 책서비스 + 몽키플라이 메뉴얼 - 도아님이 만들어주신 몽키플라이 설명서 + 몽키플라이 메뉴얼 - 영어권에 소개된 몽키플라이 + 몽키플라이에 대한 트윗들 + 결핍 2010/01/09 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