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라는 트로이 목마 올림픽은 아무리 정치적이지 않으려해도,
정치인들로 인해 정치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다시 나라를 비웠다.
그리고, 그가 없는 사이 또 다시 아랫것들은 속전속결로
정사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몸에 힘이 쏙 빠지는 무력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권력이란 불나방 같이 어리석은 것이다.
이를테면,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배출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이미 세상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정권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투명성과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영원한 야당으로 남아서
주구장창 국회의원만 배출하는 것도 꽤 속편한 전략인데 말이다.
정연주 케이스도 대동소이하다.
정사장을 몰아내는 것이 지금은 좋을지 모르지만,
(꼬라지를 보니, 스스로도 이미 직감당하고 있겠지만)
5년 후에 교체될 것이 유력시 되는 정권이
정연주를 몰아내는 것은 분명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들은 정연주를 노무현이 심어둔 트로이 목마쯤으로 여기겠지만,
트로이목마는 노무현이 특허를 낸 것이 아니다.
이명박도 심으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정연주사장이 행여 해임된다면,
다음정권이 임명되는 것과 동시에,
철저하게 이명박 정권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KBS를 채우면 된다.
그리고 과거는 사무적으로 파쇄 해버리면 그만이다.
승사독식은 그들이 만든 판례니까.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나름 스마트하게 상황을 대처하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정권과 정당은 생명의 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정당은 무한한 법이다.
다시 말해,
이명박은 5년 후에 전임대통령이 되지만,
한나라당은 5년 후에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어용질을 할 언론인 보다,
다음 정권에서 당신들을 위해 소신을 펼칠 언론인이 댁들에게는 절실한게다.
정치적 중립이란 사실 너무 물정모르고 착한 말이다.
계급적인 레이어와 레이어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있을 뿐,
이 복잡한 세상에 중립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다수에 맞서 그나마 소수를 대변할 수 있는 용기와
그 용기가 멸종되지 않고, 근근히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 장치를 제거하는 순간,
한나라당은 국회의원조차 배출하지 못하는 식물정당이 되어
새롭게 부상한 메이저 계급으로 인해 멸종될 것이다.
나는 (내가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계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것을 원치 않는다.
물론, 정연주 사장이 혹시나 해임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5년뒤에 이 거지같은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물정 모르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또 다시 코드인사 운운하며 지랄을 떨것이다.
참으로 뻔뻔한 세상이다.
역사는 참 나뻐.
2008/08/09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