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상한 일전에 언급했듯이 간만에 사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을 시작했다.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http://twitter.com)를 튜닝해서, 좀 편하게 트윗팅을 해보자는 바램에서 시작한 작은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일이 좀 커졌다. 원래 사적코딩이라는 것이 그렇다. 처음엔 자기를 위해 시작 하지만, 하다보면 눈덩이처럼 켜져서 나중엔 혼자 쓰기엔 과한 것이 된다. 그래서 공유를 맘 먹으면, 혼자 쓸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일들이 발생한다. 마치 개인이 조직이 되었을 때, 목적이 아닌 신진대사를 유지하는데만 엄청난 공력을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사적 코딩은 점점 공적 코딩이 되고, 개발자와 유저들 간의 취향이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열정은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탁 숨이 막히는 지점에서 아 취미를 일처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열정이란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할 자원인 것이다.
열정의 산물인 몰입은 물론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를 장황하게도 한다. 로직 앞에서 오랜시간 고민하는 개발자는, 자기가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나 낮익은 것이되기 때문에, 그것을 처음으로 대면하게 될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기획자가 개발하고, 개발자가 기획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나지만, 그것의 맹점이 없다고는 말 못한다.
또 일이란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프로잭트의 문제는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는 것이다. 블로그나 소프웨어나 업데이트는 개선의 문제를 넘어서 생존의 문제다.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것을 세상은 죽은 것으로 간주하니까. 한편,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 죽는다. 이것은 모순되지만, 그게 자연의 법리다. 마찬가지로 그 인간들이 만드는 프로잭트도 언젠가는 소멸한다. 그것을 선선히 받아들이지 못할 때 사는게 피곤해지는거다. 끝나지 않는 프로잭트 아 생각만해도 숨막히지 않는가?
사적 코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커리큐럼이 아니라, 취미로 시작했다. 재미로 시작한 소박한 프로잭트가 1년 넘게 지속 되었다. 간단한 아이디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나중엔 300MB에 육박하는 거대한 것이 된 것이다. 독학으로 코딩을 시작한 나에게 기법이고 자시고가 있을리가 만무했다. (일종의 백업인) 버전관리는 알지도 못했고, (품질검사인) QA는 즉흥적이었고, (질문답변인) Q&A는 과하게 장황했다.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릴리즈는 충동적이었고. 불꽃 같은 시절이었지만, 열정이 지나간 자리에는 남는 건 쓸쓸한 폐허였다. 나는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지만, 자유인으로써의 야성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코딩의 즐거움을 슬슬 잃어가던 참이었다.
그런 점에서 오랜만에 강림한 코딩신은 참으로 반갑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게 해볼 참이다. 몰입의 상한을 상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트위터에 포스팅한 글이 2852개다. 그리고 내가 만들고 있는 몽키플라이의 코드가 현재 1106줄이다. 나는 앞으로 약 1746줄의 코드를 더 작성할 것이다. 코드가 트윗팅의 수를 넘어서면 개발을 중단할 것이다. 그럼 몽키플라이는 두가지 선택을 해야한다. 하나는 트위터에 열심히 글을 써서 코딩의 한도를 늘리거나, 기존의 코드를 좀 더 사려 깊게 작성해 좀 더 속 깊은 원숭이로 길러내는 것이다. 원숭이는 사춘기를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길이 더 있지만, 그건 생각이 더 필요 하므로 신비주의로 남겨둘련다. 다시 코딩 시작해야겠다. 내일 새로운 기능이 하나 더 추가된다. 질서정연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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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플라이 +
열정 2009/09/27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