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에 해당하는 글2 개
2010/01/09   풍요와 결핍 (8)
2008/10/17   음식 (8)


풍요와 결핍
풍요와 결핍 얼마전에 내 친구 정사장이 책 서비스를 오픈했다. 전직장 동료였던 녀석은 옛동료들에게 서비스의 테스트를 부탁했다. 반응은 놀랍도록 뜨거웠는데, 그것은 이 서비스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런 저런 버그 때문이었다. 동료들은 앞다퉈서 서비스의 부실함을 조목조목 타박했고, 훈계도 늘어 놓았다. 메일 쓰래드는 빠른 속도로 비대해졌고, 나중엔 이슈 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비스의 부실함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부실함이 사람들에게 바로잡을 것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바로잡을 것'이란 이야기거리를 의미하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서비스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것은 정사장이 가진 큰 자산이다. 녀석은 엉성해 보임으로써 상대를 우쭐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녀석은 사실 엉성하지 않다.

내가 만든 트위터 프로그램인 몽키 플라이의 홈페이지는 여백을 지향하기 때문에 부실한 것이 아니라, 그냥 부실하기 때문에 부실한 것이다. 동시에 이 부실함을 합리화하는 노림수도 있었다. 친절하고 완벽한 메뉴얼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메뉴얼이 완벽하면 유저들이 참여 할 공간은 그만큼 비좁아 진다. 그래서 나는 몽키의 메뉴얼을 친절하게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유저들이 직접 메뉴얼을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또 초마이너해 보이는 이 프로그램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어주었다. 몽키플라이가 친절한 메뉴얼과 세련된 마케팅을 과시했다면 이런 호사는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누군가의 호의가 나를 풍부하게 만든다.


          + 유저스토리 북 - 내 친구 정사장이 만든 책서비스
          + 몽키플라이 메뉴얼 - 도아님이 만들어주신 몽키플라이 설명서
          + 몽키플라이 메뉴얼 - 영어권에 소개된 몽키플라이
          + 몽키플라이에 대한 트윗들
          + 결핍




2010/01/0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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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2010/01/29 08:23 x
제목 : 크롬에서 몽키 플라이 사용하기
얼마 전 egoing님이 몽키 플라이라는 그리스몽키(Greasemonky) 기반의 사용자 스크립트(User Script)를 발표했다. 원래 그리스 몽키 기반의 사용자 스크립트는 [tg=Chrome]크롬[/tg](Chrome)에서 바로 동작하지 않기 때문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잠수함 업데이트를 했다고 해서 파이어폭스(Firefox) 사용자 스크립트로 설치해 봤다. 그런데 의외로 괜찮았다. [tg]pbtweet[/tg]를 사용할 때...
Tracked from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2010/04/07 09:22 x
제목 : 트윗 고수들에게 전수받은 트위터 활용 팁 5가지
오늘 나의 트위터 팔로워가 900명을 돌파, 리스트가 100명을 넘어섰다. 어영부영 트위터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그만 발목을 콱 잡혀서 벌써 1560이 넘는 트윗을 날리다니 정말로 놀랍기만 하다. 지난 해 참가했던 PR Talk에서 한상기 교수님이 그러시더군요.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중요한 뉴스라면 반드시 나에게 온다고. 뉴스를 찾아가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라고. 요즘은 트위터만 보고 있으면 TV도 뉴스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내게 필요한 정보는..
夢の島 2010/01/09 10:11 L R X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하는 것도 소비자의 욕구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러한 욕구를 자극하는 것도 좋은 마케팅의 수단이겠군요. 유저를 생산 과정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고 동시에 유저들이 제품에 집착하게 만들면서 유저들이 홍보까지 같이 해 주게 만드는 일석삼조의 마케팅...약간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아이폰의 '해킹'도 유저가 느끼는 부족함을 유저에게 채우게 만드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going 2010/01/10 09:31 L X
마케팅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근데, 이런 고려에 마케팅이라는 이름은 가급적 붙이지 않는 것이 정서상 좋습니다. 설계된 부실함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
아크몬드 2010/01/09 15:07 L R X
좋은데요..ㅋㅋ 재밌게 읽었습니다.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가 나의 인생을 가늠 한다는 평소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egoing 2010/01/10 09:31 L X
감사합니다. ^^
RUKXER 2010/01/09 21:45 L R X
그게 유저들의 충성심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단점의 마케팅이랄까?
그치만 시간이 지나도 보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이 될 지도...
egoing 2010/01/10 09:32 L X
빙고!
eeum 2010/02/24 16:19 L R X
주변에, 윗글에 언급된 '녀석'이라는 분.정사장님과 비슷한 언니가 있지요.
늘 주변엔 넌 나없이 안돼. 라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이따금 약간은 맹한듯 맹하지 않은 소탈한 그 성격이 부럽곤 해요.
워낙 알아서 하기 좋아하는 피곤한 성격이라서요.저.
그렇다고 똑부러지지도 못하다지만.☞☜
ㅍㅎ.. : )
egoing 2010/02/25 12:18 L X
제 처세의 정점은 남들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존경받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거라능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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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음식 아이러니한 것은 가장 심오한 문화인 음식이 기아 상태에서 발전한다는 점이다. 고추, 마늘, 칙, 멍게. 지금이야 없어서는 안 되거나, 없어서 못 먹는 것들이다. 하지만, 동시대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저것들을 처음 섭취한 시점으로 돌아간 후, 시각과 미각을 시뮬레이션해보자. 허기지지 않고서야 먹을 수 있겠는가? 사는 게 풍부해질 수록, 아직 향유 되지 않고 있는 맛의 가능성은 빈곤해진다.
2008/10/1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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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Read & Lead 2009/05/06 09:16 x
제목 : 퇴보, 알고리즘
미디어는 맛사지다김진홍 역/마셜 맥루한 저마샬 맥루한은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확장하는 도구나 기술을 미디어로 정의하고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이라고 규정했다. 즉, 책은 눈의 확장, 라디오는 귀의 확장, 옷은 피부의 확장, 자동차는 발의 확장, 인터넷은 중추신경의 확장이라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인간의 확장은 인간에게 예전보다 더 큰 부를 안겨 주었다. 인간은 분명 원시시대 → 농경시대 → 산업시대를 거치면서 부유해져 왔다. 그런데, 인간은 예전보..
겐도 2008/10/17 02:10 L R X
멍게가 우때서 -ㅅ-
egoing@gmail.com 2008/10/17 15:35 L X
켈리포니아에 있으니까 멍게가 땡기시나보지? 요
mepay 2008/10/17 06:07 L R X
'마늘' 먹고 사람 됩시다!!
잘지내십니까 ^^?
egoing@gmail.com 2008/10/17 15:35 L X
예 잘 지냅니다. ^^ mepay님도 잘 지내시죠?
nooe 2008/10/18 03:56 L R X
음..저에게도 새로운 식량을 개척해야할 시점이 오고있네요.ㅠ.ㅠ
egoing@gmail.com 2008/10/18 21:44 L X
ㅎㅎ 저는 인류가 이미 개척한 테두리 안에서도 가리는 것이 많습니다. ㅋ
한날 2008/10/18 17:31 L R X
어떻게 보면 같은 말이기도 하고 다른 말이기도 한데, 그 수 많은 식물 중 작물화를 성공한 식물은 극히 적습니다. 도토리도 그 독성 때문에 먹게 된 지 얼마 안되죠. 동물도 마찬가지여서 수 백, 수 천 종 중 가축화까지 한 동물은 열 댓 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가축화까지는 못했죠(먹을 수 있는 것과 가축화는 구분함). 지금이야 기술이 좋아져서 효율이 낮거나 독성 때문에 먹지 못하는 것들도 먹거나 작물화를 해내고 있지만요.

즉,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기에 자연스레 다양한 동식물을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더 열심히 덤벼 들었을 겁니다. 가끔 “대체 이거 먹을 생각은 어떻게 한 걸까?” 생각을 하곤 하는데, 맛은 상관 없더라도 당장 먹고 소화시킬 수 있다면 달려 들어 먹고, 먹다보니 맛에도 신경 써서 음식 문화로 발전했을 과정을 생각해보면 답은 어느 정도 뻔한 듯 합니다. :)

그렇기에 “심오하디 심오한 음식 문화”는 굉장히 본질과 본능에 치우처진 “먹고 살아남기”에서 시작된다는 아이러니를 말씀하신 바에 적극 공감합니다. 두 개체를 늘어뜨린 스펙트럼 중 저는 “먹고 살아남기”에 좀 더 초점을 맞추기에 음식 문화쪽에 눈이 가지 않나봐요. 하하.
egoing@gmail.com 2008/10/18 21:43 L X
아이고 심도 있는 댓글 고맙습니다. 한날님은 아무래도 이 쪽에 조예가 깊으신 것 같습니다. 전번에 귤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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